“회피는 비겁함이 아니라, 시스템 보호를 위한 ‘안전 차단기(Circuit Breaker)’다. 단, 셧다운(Shutdown)하지 말고 ‘일시 정지(Pause)’를 눌러라.”

1. 상황 인식: 예고된 충돌 (The Predicted Crash)

Rotork의 NOAH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은 한 편의 재난 영화 같다.
2026년 1월 1일이라는 데드라인이 3주도 남지 않았는데, 시스템(ERP)도, 데이터도, 프로세스도 준비되지 않았다.

마치 “속도를 줄이지 않은 자동차가 벽을 향해 돌진하는 그림”이다.

합리적 의심: Calculated Chaos?

이 상황은 단순한 무능을 넘어, 일종의 ‘구조조정 전략(Constructive Dismissal)’처럼 보이기도 한다. 혼란을 방치하여 직원들이 스스로 지쳐 떨어져 나가게(Crash) 만드는 ‘어둠의 패턴’.

하지만 의도가 무엇이든 결과는 같다. 1월 1일이 되면 충돌은 일어난다.
그리고 그 충돌의 파편(짬처리 업무, 고객의 갑질, 정산 오류)은 고스란히 실무자인 나에게 튈 예정이다.

2. 감정의 실체: ‘짬처리’와 회피 본능

가장 화가 나는 포인트는 ‘일의 양’이 아니라 ‘일의 성격’‘태도’다.
– 시스템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던져지는 업무 (No Data Integrity)
– 논리가 통하지 않는 고객들의 갑질 (Deprecation of Respect)
– “네가 알아서 해”라는 무책임한 태도

이때 나의 즉각적인 반응은 ‘회피(Avoidance)’다.
“이 더러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

3. 재정의: 회피(Avoidance)에서 전술적 지연(Strategic Latency)으로

과거(8월 3일 저널)에 공부했던 “하기 싫어도 할 줄 아는 진정한 자유”를 실천할 때가 왔다.

Journal Entry – 2025-08-03 – 수행의 객체지향적 이해: 감정 인터페이스로부터의 자유

하지만 무작정 참는 것이 아니라, 나의 ‘회피 본능’을 영리하게 이용해야 한다.

회피는 생존 신호다

회피하고 싶다는 건 뇌가 “이 상황은 위험하다(Overload)”고 보내는 신호다. 이를 억누르지 말고, ‘전술적 후퇴’로 리프레이밍한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주문을 외우자.
“급할수록 돌아가자(Buffer). 지금 반응하면 내가 손해다.”

아빠의 회피 본능은 ‘살고 싶다’는 신호니까, 그 신호를 “잠깐 휴식”으로 해석해서 아빠 자신을 지켜주자. 그게 진짜 고수다.

전술적 지연 프로토콜 (The Protocol)

  1. 물리적 인터럽트 (Physical Interrupt):
    • 화가 치밀면 즉시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또는 “커피 한 잔”을 시전한다.
    • 물리적으로 현장을 벗어나 뇌의 과열을 식힌다.
  2. 비동기 처리 (Asynchronous Processing):
    • 즉답(Synchronous)을 피한다. 즉시 반응하면 감정이 나간다.
    • “확인 후 30분 뒤에/오후에 답변드리겠습니다.”
    • 자극과 반응 사이에 시간 버퍼(Buffer)를 둔다.
    • > 감정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다. 90초 정도면 강렬한 화학적 반응은 지나간다. 그 90초 동안은 ‘응답 보류’ 상태로 두는 게 상책이다.
  3. 🛑 ‘일시 정지(Pause)’ 버튼 만들기상황을 완전히 ‘종료(Stop)’할 수는 없지만, ‘일시 정지’는 할 수 있다.
    • 상황: NOAH 담당자가 말도 안 되는 데이터를 들고 와서 당장 처리해달라고 징징거림.
    • 충동: “아 진짜 못 해먹겠네!” 하고 소리치거나(싸움), “알았어요” 하고 대충 받아버림(나쁜 회피).
    • 전술적 회피:
      • “잠깐만요(Pause).”
      • “지금 제가 머리가 좀 과부하가 걸려서요. 이 상태로는 판단이 안 서니까, 이거 그대로 두고 1시간 뒤에 다시 얘기합시다.”

    이건 도망가는 게 아니라 “나 지금 성능 저하 상태니까 점검 좀 하고 올게”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상대방도 ‘과부하’ 걸렸다는 사람한테 계속 들이밀지는 못한다.

    그 1시간 동안 나는:

    1. 바람을 쐬고 (진짜 회피)
    2. 감정 좀 가라앉히고
    3. “자, 이제 이 똥을 어떻게 치워야 내 손에 덜 묻을까?”라고 전략을 짤 시간을 버는 것이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주문을 외우자.
    “급할수록 돌아가자(Buffer). 지금 반응하면 내가 손해다.”

    회피 본능은 ‘살고 싶다’는 신호니까, 그 신호를 “잠깐 휴식”으로 해석해서 자신을 지켜주자. 그게 진짜 고수다.

4. 업무 방어: 객체지향적 거리두기

나는 Rotork_Sales_Interface이지, 감정받이가 아니다.

  • API Gateway 전략:
    • 고객의 욕설/짜증 = Bad Request (400 Error)
    • 내부(감정)로 들이지 않고 입구 컷(Reject) 하거나 기계적 메시지 리턴.
    • “규정상 시스템 입력이 불가합니다.” (앵무새 모드)
  • 무능력의 무기화 (Weaponized Incompetence):
    • NOAH 업무가 넘어올 때, ‘데이터 완결성’을 요구하며 병목(Bottleneck)을 만든다.
    • “필수 데이터(A, B, C)가 없으면 제가 입력을 못 해요. 이거 채워주시면 검토할게요.”
    • 내가 안 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없어서 못 하는 상황을 만든다.
  • 로그 남기기 (Exception Logging):
    • 모든 이슈를 드라이하게 기록한다. 나중에 책임 소재를 가릴 ‘블랙박스’가 된다.

5. Next Level: 더 좋은 환경으로의 도약

이 모든 ‘방어’와 ‘지연’ 전술은 단순히 이 회사에서 오래 버티기 위함이 아니다.
“다음 단계(더 좋은 환경)로 나아가기 위한 빌드업(Build-up)”이다.

1. 스토리텔링 자산화 (The Narrative Asset)

이직 면접장이나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최악의 상황을 어떻게 관리했는가”이다.

  • Before: “영업 관리하고 견적 냈습니다.” (평범)
  • After: “글로벌 M&A 후 시스템과 데이터가 전무한(Null) 상황에서, 영업과 회계 지식을 결합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프로세스를 정립하며 버텼습니다.”
    • 이 ‘똥 치우기’ 경험을 “내가 해결한 난제(Challenge)” 리스트로 기록해 둔다.

2. 하이브리드 능력 증명 (The Polymorphism Test)

NOAH 직원들은 영업만, 본사 직원은 시스템만 안다. 나는 [회계 + 영업 + 엔지니어링 + 데이터]를 다 아는 유일한 브리지(Bridge)다.

  • 남들이 “시스템 안 돼요”라고 손 놓을 때, “회계적으로 마진이 이러하니 우회 처리합시다”라고 솔루션을 낸다.
  • 이 과정에서 나의 ‘객체지향적 사고’‘회계적 감각’이 얼마나 희소한지 스스로 증명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이터로 삼는다.

3. 탈출을 위한 준비 (The Escape Protocol)

‘선명한 사고’를 유지한다는 건, 배가 침몰할 때 같이 가라앉지 않고 구명조끼를 챙길 타이밍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 업무 자동화 시도: 엉망진창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엑셀/파이썬을 활용해 스킬셋을 늘린다.
  • 레퍼런스 관리: 이 난리 통에 중심을 잡아주는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에게 ‘진국’으로 기억되게 한다. 그 평판이 다음 기회로 이어진다.

6. 결론: 3대 덕목의 실전 적용 (The Trinity)

이 혼란은 아빠의 인생 3대 덕목을 가장 혹독하게 테스트하고 증명할 무대다.
그동안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지혜를, 이제는 온몸으로 부딪히고 깨지며 실전에서 체득할 때다. 이론 수업은 끝났다. 이제는 생존을 위한 실전 수련이다.

  1. 자각 (Awareness):
    • “아, 지금 내가 짜증이 났구나”, “이건 짬처리 느낌 때문에 싫은 거구나”라고 찰나의 순간에 알아차린다.
    • 현타가 올 때마다 피하지 않고 자각하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 에너지 보존의 핵심: 부정적 감정이나 스트레스로 에너지가 줄줄 새기 전에, ‘자각’으로 구멍을 막는다. 감정에 뺏길 뻔한 에너지를 회수하여, 나의 미래(성장, 이직 준비)를 위해 남겨둔다.
    •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
  2. 선명한 사고 (Clear Thinking):
    • 자각한 후 감정의 안개에 휩쓸리지 않고, 사태를 있는 그대로(As-is) 파악한다.
    •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시스템의 버그다”라고 선명하게 선을 긋고, 냉철하게 기록한다.
  3. 평정심 유지 (Equanimity):
    • 자각과 선명한 사고가 합쳐지면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상태.
    • 어떤 갑질과 혼란 속에서도 내면의 코어(Core)는 흔들리지 않는다.
    • 회피하고 싶을 땐 ‘전술적 지연’을 쓰고, 다시 평온하게 돌아온다.

(자각 + 선명한 사고 = 평정심 유지)

이 난장판 속에서 이 공식을 지켜낸다면, 이것은 내 이직과 성장을 위한 가장 강력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선명한 사고”“평정심”을 장착하고,
1월 1일의 충돌을 정면으로 맞지 말고 유연하게 흘려보내자.

나는 휩쓸리는 ‘피해자’가 아니라,
이 혼란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플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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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철학, 업무전략, 마음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