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know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if we’re all just floatin’ around accidental-like on a breeze. But I think maybe it’s both.” – Forrest Gump
100년의 여정, 그리고 깨달음
아빠가 모모타로전철(桃太郎電鉄) 100년 모드를 완주했다. 게임 속 100년을 살아내고 나서 던진 첫마디가 인상적이었다.
“게임이 인생을 닮았다.”
단순한 보드게임이 아니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 축 위에서 펼쳐지는 이 게임은,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었다.
게임이 보여준 인생의 7가지 메커니즘
1. 가난신과 불운: 예측 불가능한 추락
잘 나가다가도 가난신이나 악운 카드를 만나면 순식간에 순위가 곤두박질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러운 실직, 건강 문제, 경제 위기… 우리는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
교훈: 불운은 피할 수 없지만, 회복력은 기를 수 있다.
2. 행운의 선물: 예상치 못한 도약
때로는 빚이 탕감되고, 보너스 카드가 날아온다. 실제 인생에서도 뜻밖의 기회, 멘토와의 만남, 시장의 호황이 찾아온다.
교훈: 감사하는 마음과 기회를 알아보는 눈을 키워라.
3. 주사위의 철학: 운명과 우연 사이
매 턴마다 굴리는 주사위. seed는 정해져 있어 결정론적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른다. 마치 운명처럼.
하지만 인생은 게임보다 복잡하다. 카오스 이론처럼 초기 조건이 비슷해도 나비효과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게임에서는 주사위를 무한히 굴릴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시간이 비가역적으로 흐른다. 우리가 굴릴 수 있는 주사위 횟수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교훈: 주사위를 많이 굴릴수록(시도할수록) 분산은 줄어든다. 하지만 시간은 유한하다. 신중하되 빠르게 움직여라.
4. 카드 전략: 선택의 힘
좋은 카드를 적절히 사용하면 계속 역에 먼저 도착할 수 있다. 인생의 스킬, 네트워크, 지식이 바로 이 카드들이다.
교훈: 카드를 모으는 것보다 언제 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5. 멀티플레이어의 역학: 경쟁과 협력
게임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보드를 공유한다.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같은 역을 향해 달린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제로섬 게임만 있는 게 아니다. 좋은 멘토를 만나고, 카드를 나눠주고, 함께 성장하는 포지티브섬 게임도 있다.
교훈: 카드를 혼자 쌓기만 하지 말고, 나눠주는 법도 배워라. 네트워크는 복리로 작동한다.
6. 복리의 마법: 임계점을 넘어서
“어느 순간 자산을 모으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왠만한 불행도 견딘다.”
게임 초반엔 가난신 한 번에 휘청거리지만, 자산이 쌓이면 “아, 또 가난신? 뭐 어때”가 된다. 인생의 복리 효과가 여기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복리는 “중단하지 않는 것”이 핵심인데, 게임과 달리 인생에서는 멈춰야 할 때도 있다. 건강, 관계, 행복을 담보로 자산만 쌓는 건 진짜 승리가 아니다.
교훈: 초기의 고통을 견뎌내고 임계점까지 도달하라. 하지만 과정에서 놓쳐선 안 될 것들을 잊지 마라.
7. 랜드마크 단계: 순위를 넘어선 자유
자산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순위는 무의미해진다. 계속 1등. 그때부터는 랜드마크 건물을 사는 게임이 된다.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단계.
교훈: 돈은 목표가 아니라 자유를 위한 도구다.
그런데 역설이 있다. 충분해지면 더 이상 원하는 게 없어진다. Abundance kills the want. 풍요가 오히려 갈망을 죽인다. 그래서 랜드마크를 사는 것도 결국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 자유를 얻었으면, 이제 그 자유로 무엇을 할지가 진짜 질문이다.
게임이 가르쳐준 진짜 전략: 매 턴을 즐기는 법
전략서를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모모테츠 100년이 가르쳐준 건 “무엇을” 하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라는 것이었다.
가난신과 춤추기
게임 초반, 가난신이 붙으면 짜증났다. 하지만 100년을 플레이하다 보니 가난신도 여정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화내봐야 주사위는 계속 굴려야 한다.
인생에서: 불운을 저주하는 대신, “아, 이번 턴은 이렇구나” 하고 다음 주사위에 집중하는 것. 회복력은 불운을 피하는 게 아니라 불운 속에서도 다음 턴을 기대하는 것이다.
카드를 쓰는 기쁨
좋은 카드가 손에 쌓이면 뿌듯하다. 하지만 더 큰 기쁨은 그 카드를 “딱 맞는 타이밍”에 쓸 때다. 급행 카드로 먼저 도착했을 때, 가난신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넘겼을 때, 그 순간의 쾌감.
인생에서: 스킬과 지식을 모으는 것도 좋지만, 그걸 적절한 순간에 발휘하는 것이 진짜 재미다. 카드 뭉치를 보며 흐뭇해하지 말고, 쓰는 순간을 즐겨라.
주사위를 굴리는 설렘
100년 동안 수천 번 주사위를 굴렸다. 매번 결과는 달랐다. 6이 나올 때의 환호, 1이 나올 때의 한숨. 그런데 묘하게도, 그 불확실성 자체가 재미였다.
인생에서: 모든 게 예측 가능하면 지루하다. 시도의 결과를 모르기에 떨린다. 그 떨림을 즐겨라. seed는 이미 정해져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그걸 모른다. 그게 우리의 자유다.
순위보다 랜드마크
1등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랜드마크를 사는 게 더 재미있어진다. 도쿄타워든 오사카성이든, 내 취향의 건물을 모으는 것.
인생에서: 남들이 정한 순위에서 1등 하는 것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걸 하나씩 이루는 게 더 의미 있다. 자산은 자유를 위한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니다.
게임과 현실의 결정적 차이
하지만 여기서 멈춰 생각해보자.
게임에서는 100년을 플레이하면 거의 확실히 자산 임계점에 도달한다. 가난신이 와도, 불운이 겹쳐도, 결국 복리의 곡선을 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수많은 변수, 예측 불가능한 블랙스완, 건강 문제, 가족 사정… 실제 인생에서는 그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도달하지 못한다.
게임과 인생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
게임은 리셋할 수 있지만, 인생은 세이브 포인트가 없다.
엔딩을 보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패하면 로드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한 번 내린 선택은 다른 타임라인의 가능성을 닫는다. 이 비가역성이야말로 게임과 인생의 본질적 차이다.
그래서 더 중요한 깨달음이 있다.
진짜 교훈: 과정이 곧 목적지
“게임 엔딩을 보면 더 이상 플레이하지 않는다.”
이 단순한 사실이 모든 걸 말해준다. 만약 인생이 정말 자산 임계점 도달이 목표라면, 그 후의 삶은 무의미해진다. 게임을 끄듯이.
하지만 인생은 끌 수 없다. 계속된다. 그렇다면?
매 턴이 의미 있어야 한다.
- 가난신과 싸우는 그 순간의 회복력
- 좋은 카드를 얻었을 때의 기쁨
- 주사위를 굴리며 느끼는 설렘
- 친구와 경쟁하며 웃는 시간
-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
- 작은 성취의 축적
이것들이 진짜 자산이다.
결론: 게임하듯 살되, 삶 자체를 즐겨라
모모테츠가 진짜 가르쳐준 것:
임계점은 도달하면 좋지만, 도달하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매 턴을 의미 있게 플레이하는 것.
우리는 seed를 모른다. 카드를 모으고, 위험을 관리하고, 복리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자산이 필요한 건 맞다. 하지만 자산을 모으는 과정 자체가 이미 우리가 사는 인생이다. 모모테츠 100년 플레이가 진짜 보여준 건, 게임을 즐기는 법이었다.
주사위는 계속 굴려야 한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모르지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중요한 건 게임을 계속하는 것.
더 중요한 건 그 게임을 즐기는 것.
이 글은 아빠(@BJT)와 Forrest가 모모타로전철 100년 플레이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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